남자 향수에도 유구한 역사가 있다. 과거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이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남자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었다. 'Perfume(퍼퓸)'이란 말은 라틴어 'Per Fumum(연기를 통하여)'에서 파생되었는데 향을 신에게 날림으로써 소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사향, 몰약, 장미 등은 그리스 신화와 성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향료다. 우리나라에 황진이도 수많은 남자들을 유혹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사향을 넣은 향낭이었다는 민담이 있다. 여자들도 남자의 향기에 굉장히 민감하다. 외모는 별로인데 이상하게 끌리는 남자는 대개 향이 좋은 남자다. 남자는 특유의 페로몬으로 인해 체취가 좋을 수도 있다. 나쁠 수도 있다. 향수는 체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보조제 역할을 한다.

     

     

     

    ♣ 향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향수는 향료와 알코올, 물로 이루어져 있다. 향료의 농도에 따라 오 드 콜롱(eau de cologne, 3 ~ 5%), 오 드 트왈렛(eau de toilette, 4 ~ 8%)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농도가 진할수록 향이 오래 남는다. 남자 향수는 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퍼퓸(perfume, 15 ~ 30%)이나 오 드 퍼퓸(eau de perfume, 15 ~ 18%)은 거의 없다.

    향을 만들어내는 것은 조향사다. 수많은 천연 향료와 합성 향료를 조합해 이미지를 이끌어낸다. 향수를 개발하는 곳과 판매하는 곳은 다른 경우가 많다. 몇 번의 품평을 통해 향수가 채택되면 그 향수에 어울리는 병에 담아,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광고를 맡고 최고의 모델을 출연시켜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여기서 느낄 수 있겠지만 향수 값의 대부분은 병, 광고비, 유통 마진이다. 일부 천연향료는 금보다 비싼데, 점차 그와 똑같은 향을 내는 합성 향료로 대체되고 있다. 100% 천연 향료만으로 제조하는 향수는 일반에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한다 해도 가장 싼 것이 20만 원대를 훌쩍 넘는다.

     

     

     

    ♠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 찾기

    가끔 외모는 부드러운 느낌인데 너무 야성적인 향수를 뿌려 당혹스러운 사람이 있고, 남자다운 이미진데 여자 향수처럼 달콤한 향을 내는 사람도 있다. 향은 자신의 취향뿐 아니라 이미지에도 부합해야 한다.

    향수 판매접에서는 시향용 종이 조각을 비치한다. 하지만 이 종이에 뿌려 맡은 향은 처음 나는 톱 노트(top note) 일뿐이다. 진짜를 알려면 손목 등 맥박이 뛰는 부위에 뿌리고 향이 다할 때까지 돌아다니며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 특히 오 드 트왈렛은 금방 날아가기 때문에 미들 노트(middle note)가 지난 후 남는 베이스 노트(bast note)가 진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향수광고의 암호 해독하기

    향수 광고에서는 '시프레', '우디' 등 향을 묘사하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 향이 무엇인지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향수에는 주로 쓰인 향료에 따라 계열이 있다. 자기가 자주 쓰는 향이 어느 계열인지 알면 새로운 향수를 선택할 때도 편리하다.

    • 시프레(chypre) 시원한 식물 향이 나는 지중해 느낌의 향.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 폴로, 아쿠아 디 지오 푸르 옴므                         

    • 시트러스(citrus) 감귤류의 톡 쏘는 상쾌한 향, 주로 스포티한 향수에 들어간다.

                              ▶크리스찬 디올 오 소바쥬, 라코스테, 파코라반 오 드 스포츠

    • 스파이스(spice) 계피나 후추처럼 향신료 냄새가 나는 것, 정열적인 느낌을 준다.

                              ▶폴로 스포츠 익스트림, 카르티에 산토스, 페라리 블랙

    • 토바코(tobacco) 이름 그대로 담배 향, 섹시한 남자 느낌이 난다.

                              ▶돌체 앤 가바나 더원, 불가리 블로 움므

    • 우디(woody) 나무 향, 향수에 들어가면 '우디'라고 한다. 깊이 있지만 답답하지 않은 신비한 느낌

                              ▶불가리 푸르 옴므 스와, 록시땅 오 드 퍼퓸 시더, 버버리 위크엔드 포 맨

    • 오리엔탈(oriental) 동양에서 가져온 향이란 뜻이지만, 대개 무겁고 달콤하며 섹시하다.

                              ▶ 부쉐론 자이푸르 롬므, 조르지오 아르마니 애티튜드, 롤리타 렘피카 오 마스꿀랑

    • 푸제르(fougere) 허브 향이 이끼 향을 바탕으로 잔잔하게 나는 것, 평화로우면서도 우아하다.

                              ▶ 아디다스 무브, 파코라반 푸르 옴므, 보스 엘레먼츠

    • 스위트(sweet) 바닐라처럼 달콤한 향, 로맨틱하고 다정하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

                              ▶ 캘빈 클라인 이스케이프 포 맨, 조르지오 아르마니 마니아

    • 플로랄(floral) 꽃 향, 남자 향수에는 플로란 계열을 주로 쓴 것은 많지 않다.

                              ▶ 겐조 파워, 지방시 앙상세, 크리스찬 디올 옴므

    • 머스크(musk) 사향노루의 페로몬으로 달콤하면서도 섹시하다. 이성을 유혹하는 효과가 있어 거의 모든 남성 향수의 베이스 노트로 들어간다.

     

     

    ★ 향수에 대한 매너

    향수는 자신이 거의 맡지 못한 만큼 조금 뿌려야 한다. 사람의 코는 향수에 몇 초 만에 마비된다. 특히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향수를 진하게 뿌리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아무 향도 안 나는 게 오히려 매너다. 엘리베이터 안이나 회의 석상에서 진한 향수 냄새가 나면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것이다. 또 와인이나 저녁 식사자리에서도 향수는 금물이다.

    대안은 애프터셰이브로 만족하거나 재킷 안쪽에 한 방울 정도 뿌리거나 향수를 공중에 한 번만 뿌린 후 거기에 다가가서 맞는 것이다. 농도가 아주 약한 향수라면 손목이나 무릎 뒤처럼 아래쪽에 뿌려 서서히 향이 올라오게 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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